말할 데가 없어서

오래된 친구와 서서히 멀어지는 것
예전엔 매일 연락하던 친구인데, 지금은 몇 달째 아무 말도 안 한 사이가 된 적 있으세요. 싸운 것도 아니에요.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. 그냥 어느새 그렇게 됐습니다. 그런데 이게 이상하게 마음에 남습니다. 왜냐면 끝난 게 아니라서 그래요. 끝나지 않아서 정리가 안 됩니다 관계

혼자가 편한데 외로운 건 왜일까
약속이 취소되면 좋으면서, 주말에 아무 연락이 없으면 좀 그러신 적 있으세요. 저는 그렇습니다. 사람 만나는 게 피곤해서 혼자를 택했는데, 혼자 있으면 또 외롭습니다. 이게 모순 같아서 오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. 그런데 모순이 아니었습니다.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놨던 거였어요. 피곤한

남의 부탁은 다 들어주면서
부탁을 받으면 일단 알겠다고 하시나요. 저는 그렇습니다. 안 될 것 같은데도 입에서는 먼저 알겠다고 나갑니다.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나서 아, 이거 어떻게 하지 합니다. 그런데 이게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더라고요. 거절이라는 게 저한테는 계산이 안 맞는 일이었습니다. 거절 한 번이 관계 전

나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감각
사람들 사이에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 적 있으세요. 여기서 나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구나. 이상한 건 제가 외톨이가 아니라는 겁니다. 연락하는 사람도 있고 만나는 사람도 있어요. 그런데도 이 감각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. 아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한번 세어봤습니다. 나

가족에게 제일 말하기 어려운 이유
힘든 일이 생겼을 때, 가족한테 말하시나요. 저는 안 합니다. 친구한테는 하는데 가족한테는 안 해요. 제일 가까운 사람들인데요. 이게 오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. 내가 정이 없나. 그런데 가만히 보니 가족한테만 붙어 있는 조건들이 있더라고요. 걱정이 나한테 되돌아옵니다 첫 번째 조건이

잘 지내냐는 말에 답하기 어려운 시기
오랜만에 연락 온 사람이 잘 지내냐고 물었는데, 답장을 못 보낸 적 있으세요. 거짓말하기는 싫고, 그렇다고 안 좋다고 하면 설명을 해야 하고. 그러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서 이제는 답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. 이상한 건, 몇 달 전엔 이 질문이 안 어려웠다는 겁니다. "잘 지내?"는

다 큰 어른이 울어도 되나 싶을 때
눈물이 날 것 같을 때, 우는 것보다 먼저 하는 게 있으세요. 저는 검사를 합니다. 이 정도 일로 울 일인가. 이 나이에 울어도 되나. 남들도 다 겪는 건데. 그러다 보면 대개 안 울게 됩니다. 그런데 안 운 게 아니라 미룬 것이더라고요. 우리는 울음에 자격 심사를 붙입니다 어릴 때는

아무렇지 않은 척이 습관이 된 사람
아무렇지 않은 척을 언제부터 했는지 기억나세요. 저는 기억이 안 납니다. 어느 순간부터 그게 기본이 되어 있었어요. 힘들어도 표정이 안 변하고, 당황해도 목소리가 안 흔들립니다. 주변에서는 무던하다고 합니다. 잘 버틴다고요. 그런데 정작 저는 지금 제가 괜찮은지 아닌지를 모르겠습니다.

화를 못 내서 화가 나는 사람
그 자리에선 아무 말도 못 했는데, 집에 와서 완벽한 대사가 떠오른 적 있으세요. 이불 속에서 그 장면을 다시 돌립니다.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. 왜 가만히 있었지. 그러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. 원래 화보다, 화를 못 낸 나한테 나는 화가 더 큽니다. 화가 없는 게 아니라, 늦게

부탁을 못 하는 사람
부탁 한마디가 목까지 왔다가 도로 들어간 적 있으세요. 바쁠 텐데 싶어서. 이 정도는 혼자 해야 할 것 같아서. 저번에도 신세 졌는데 싶어서요. 그래서 결국 혼자 합니다. 밤을 새우든, 두 배로 걸리든요. 그리고 나중에 누가 "왜 말 안 했어"라고 하면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. 부탁이 어