혼자가 편한데 외로운 건 왜일까
약속이 취소되면 좋으면서, 주말에 아무 연락이 없으면 좀 그러신 적 있으세요.

저는 그렇습니다. 사람 만나는 게 피곤해서 혼자를 택했는데, 혼자 있으면 또 외롭습니다.

이게 모순 같아서 오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. 그런데 모순이 아니었습니다. 두 가지를 하나로 묶어놨던 거였어요.

피곤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은 다릅니다

혼자가 편한데 외로운 건 왜일까

우리는 이 둘을 자주 섞습니다.

  • 사람이 피곤하다 → 이건 사실입니다
  • 사람이 필요 없다 →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

혼자 있으면 피로가 줄어드는 건 맞아요. 그래서 혼자가 편하다고 느낍니다. 그런데 피로가 줄어드는 것과 채워지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.

앞엣것이 사실이라고 해서 뒤엣것까지 사실이 되지는 않는데, 우리는 대개 한 덩어리로 처리합니다. 그래서 "나는 혼자가 편한 사람"이라고 정리해버리고, 그런데도 외로우니까 내가 이상한가 싶어지는 거예요.

회복은 되는데 연결은 안 됩니다

혼자가 편한데 외로운 건 왜일까

이렇게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. 혼자 있는 시간은 회복은 시켜주는데, 연결은 만들지 않습니다.

휴대폰으로 치면 충전과 통신이 다른 것과 비슷해요. 배터리가 가득 차도 신호가 없으면 아무 데도 안 닿잖아요.

그래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. 주말 내내 푹 쉬었는데, 일요일 밤에 뭔가 빕니다. 잘 쉬었으니까 채워졌어야 하는데 안 채워진 거죠.

쉬는 걸로는 외로움이 안 풀립니다. 원래 다른 통로거든요.

피곤한 건 사람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하는 일입니다

혼자가 편한데 외로운 건 왜일까

그러면 왜 사람이 피곤할까요. 여기가 중요한데요. 대개 관계 자체가 아니라 관계에서 하는 일이 피곤한 겁니다.

  • 상대에 맞춰주기
  • 분위기 살피기
  • 괜찮은 척하기
  • 재미있게 만들기

이게 피곤한 거예요. 사람이 옆에 있는 것 자체가 피곤한 게 아니라요.

그런데 우리는 이걸 구분하지 않고 "사람 = 피곤"으로 통째로 묶습니다. 그리고 그 결론으로 혼자를 택하죠.

통째로 끊으면 필요한 것도 같이 끊깁니다

혼자가 편한데 외로운 건 왜일까

문제가 여기서 생깁니다. 통째로 묶어서 끊으면 피곤한 부분만 사라지는 게 아니라 필요한 부분도 같이 사라집니다.

맞춰주기가 사라질 때, 누가 내 얘기를 듣는 것도 같이 사라져요. 분위기 살피기가 없어질 때, 아는 사람이 옆에 있는 감각도 같이 없어집니다.

그러니까 지금 상태는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라 너무 크게 자른 것입니다. 필요 없는 걸 버리려다 필요한 것까지 같이 버린 거죠.

그리고 이건 성격 문제가 아닙니다. 내향적이라 외로운 게 아니라, 도구를 통째로 놓아서 그렇습니다.

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

혼자가 편한데 외로운 건 왜일까

사람을 늘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. 그건 다시 피곤해지는 길이고, 애초에 그게 안 되니까 혼자를 택한 거잖아요.

두 가지만 말씀드릴게요.

하나. 사람을 늘리지 말고 그 자리에서 하는 일을 줄이세요.

같은 사람을 만나도 맞춰주기를 덜 하면 훨씬 덜 피곤합니다.

  • 재미있게 만들려고 하지 않기
  • 조용해도 그냥 두기
  • 두 시간 말고 사십 분만 만나기

만남의 횟수가 아니라 만남의 노동 강도를 줄이는 겁니다.

둘. 연결은 양이 아니라 종류입니다.

열 명한테 근황을 말하는 것보다 한 명한테 진짜 얘기 하나 하는 게 연결에 훨씬 가깝습니다. 그러니 혼자 지내는 사람도 연결을 만들 수 있어요. 사교를 늘리지 않고도요.

그리고 그게 사람이 아니어도 됩니다. 어딘가에 나를 적어두는 것도 연결의 최소 단위예요. 받는 사람이 없어도, 밖으로 나갔다는 것 자체가 안에만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.

정리하면

혼자가 편한데 외로운 건 왜일까
  • 사람이 피곤한 것사람이 필요 없는 것은 다르다. 우리는 이걸 한 덩어리로 묶는다
  • 혼자 있는 시간은 회복은 시켜주지만 연결은 만들지 않는다. 충전과 통신은 다르다
  • 피곤한 건 관계 자체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하는 일(맞춰주기·살피기·척하기)이다
  • 통째로 끊으면 필요한 부분도 같이 끊긴다. 선택이 틀린 게 아니라 너무 크게 잘랐다
  • 사람을 늘리지 말고 만남의 노동 강도를 줄인다
  • 연결은 양이 아니라 종류다. 한 명한테 진짜 얘기 하나면 된다

다만, 이걸로 안 되는 때도 있습니다

혼자가 편한데 외로운 건 왜일까
  • 잠이 계속 안 오거나 반대로 계속 자게 되거나
  • 먹는 게 어렵거나
  • 씻고 청소하는 것 같은 기본적인 일이 안 되거나
  • 나를 해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

이런 상태라면 기록으로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. 그때는 전문가를 만나는 게 맞습니다. 기록은 마음을 정리하는 도구지, 치료가 아닙니다.

그리고 혼자가 편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워서 피하고 있는 거라면, 오늘 얘기와 다른 문제입니다. 그건 줄일 수 있는 노동의 문제가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상태예요. 혼자 판단하지 마세요.

저는 심리 전문가가 아닙니다. 그냥 말할 데가 없어본 적 있는 사람입니다.


🌲 저는 이름 없는 숲이라는 익명 기록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.
댓글도 평가도 없이, 그냥 적어두기만 하는 곳입니다.
아무한테도 맞춰주지 않아도 되는 곳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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