친한 친구가 좋은 소식을 전했는데, 축하한다는 말이 바로 안 나온 적 있으세요.
저는 있습니다. 입으로는 "와, 진짜 잘됐다"가 나가는데 속에서는 다른 게 올라오던 순간이요. 그리고 전화를 끊고 나서 더 힘들었습니다. 부러워한 것보다, 부러워한 나를 발견한 게 더 불편했거든요.
오늘은 그 얘기입니다.
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아픕니다
이상하게도, 모르는 사람이 잘되면 아무렇지 않습니다. 뉴스에 나오는 성공담에는 마음이 안 흔들립니다.
그런데 친구는 다릅니다. 이건 우정이 약해서가 아니라 비교가 성립하려면 조건이 비슷해야 하기 때문입니다. 비슷한 나이, 비슷한 출발선, 비슷한 시기를 지나온 사람. 그래야 "나도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"는 계산이 가능합니다.
즉 그 친구가 아프게 느껴지는 건, 그 사람이 내 삶의 눈금자로 쓰이기 딱 좋은 사람이라서입니다. 가까울수록 눈금이 정확해집니다.
축하가 안 나오는 게 나쁜 마음은 아닙니다
부러움을 느끼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. 내가 이렇게 속 좁은 사람이었나, 친구가 잘되는 게 싫은 건가.
그런데 부러움은 감정이라기보다 정보에 가깝습니다. "나도 저걸 원한다"는 신호입니다. 원하지 않는 건 부러워지지 않습니다. 누가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소식에 아무 느낌 없는 건, 내가 마라톤을 원하지 않아서입니다.
그러니 부러움이 올라왔다는 건 그 사람이 싫다는 뜻이 아니라, 내가 뭘 원하는지가 드러났다는 뜻입니다.
진짜 힘든 건 그다음입니다
부러움 자체는 잠깐입니다. 오래 남는 건 그 뒤에 오는 자책입니다.
친구가 잘됐는데 온전히 기뻐하지 못한 나.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한 나. 이걸 발견하고 나면 두 번 맞습니다. 한 번은 부러움으로, 한 번은 그런 자신을 판단하면서요.
그런데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. 판단이 붙는 순간부터 무거워집니다. 부러움은 지나가는데, 자책은 안 지나갑니다.
축하와 부러움은 같이 있을 수 있습니다
우리는 마음이 하나여야 한다고 배웁니다. 기쁘면 기쁜 거고, 부러우면 축하가 아닌 거라고요.
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.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과, 나는 왜 아직인가 하는 마음이 같은 시간에 있을 수 있습니다. 둘 중 하나가 가짜인 게 아닙니다.
그날 한 축하가 거짓말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. 축하도 진심이었고, 부러움도 진심이었습니다.
부러운 지점을 한 단어로 적어보세요
그래서 오늘은 한 가지만 권하고 싶어요. 축하가 잘 안 나왔던 날, 그 사람의 무엇이 부러웠는지 한 단어만 적어보세요.
"이직"이 아니라 그 안의 무엇인지요. 안정일 수도, 인정일 수도,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. 결혼 소식이 부러웠다면 결혼이 아니라 확실한 편이 있다는 것이 부러웠을 수도 있고요.
한 단어로 좁히면 두 가지가 바뀝니다. 막연한 부러움이 구체적인 바람이 되고, 그러면 대상이 그 친구에서 나에게로 옮겨옵니다. 부러움은 남을 보게 하지만, 바람은 나를 보게 합니다.
정리하면
- 가까운 사람이 더 아픈 건 비교가 성립할 만큼 조건이 비슷해서다. 우정이 약해서가 아니다
- 부러움은 감정이 아니라 "나도 저걸 원한다"는 정보다
- 진짜 무거운 건 부러움이 아니라 그 뒤에 오는 자책이다
- 축하와 부러움은 같은 시간에 둘 다 진심일 수 있다
- 부러운 지점을 한 단어로 좁히면, 시선이 남에서 나로 옮겨온다
그리고, 말은 이미 잘하셨습니다
속이 복잡한데도 "잘됐다"는 말을 하셨다면, 그건 억지가 아니라 친구를 아끼는 쪽을 선택하신 것입니다.
마음이 온전히 따라오지 않아도 그 선택은 남습니다. 마음은 나중에 따라오기도 하고, 안 따라와도 그 축하가 취소되진 않습니다.
그리고 이런 마음은 어디에 말하기가 참 어렵습니다. 말하는 순간 옹졸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요. 그래서 대부분 혼자 삼킵니다. 지금 이 글을 끝까지 읽고 계신 것도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.
다만, 이걸로 안 되는 때도 있습니다
- 잠이 계속 안 오거나 반대로 계속 자게 되거나
- 먹는 게 어렵거나
- 씻고 청소하는 것 같은 기본적인 일이 안 되거나
- 나를 해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
이런 상태라면 기록으로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. 그때는 전문가를 만나는 게 맞습니다. 기록은 마음을 정리하는 도구지, 치료가 아닙니다.
저는 심리 전문가가 아닙니다. 그냥 말할 데가 없어본 적 있는 사람입니다.
🌲 저는 이름 없는 숲이라는 익명 기록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.
댓글도 평가도 없이, 그냥 적어두기만 하는 곳입니다.
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마음을, 나에게만 꺼내볼 수 있는 곳입니다.
https://nameless-forest.com/ko?utm_source=naver&utm_campaign=hard-to-congratulate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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