알림은 계속 울리는데, 그걸 보면서 더 외로워진 적 있으세요.
읽고, 가끔 웃는 이모티콘을 누르고, 그러다 화면을 끕니다. 방금까지 수십 개의 메시지를 봤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.
오늘은 왜 사람이 많은 곳에서 더 외로워지는지 얘기해보려 합니다.
사람이 많은 것과 연결된 것은 다릅니다
단톡방에서 오가는 말의 대부분은 정보 교환이나 분위기 유지입니다. 약속 잡기, 링크 공유, 웃긴 거 던지기, 리액션 달기.
다 필요한 말들이고 나쁠 게 없습니다. 그런데 이 말들에는 공통점이 있어요. 나를 아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.
그래서 대화의 양이 아무리 많아도 연결은 안 늘어납니다. 외로움은 말이 부족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나를 아는 사람이 부족해서 생기니까요.
우리는 거기서 배역을 맡습니다
여러 명이 있는 방에서는 자연스럽게 역할이 생깁니다. 웃긴 사람, 챙기는 사람, 조용한 사람, 정리하는 사람.
배역은 편합니다. 뭘 말해야 할지 매번 고민 안 해도 되니까요. 그런데 오래 하면 문제가 생깁니다. 배역이 나를 대신 살기 시작합니다.
웃긴 역을 맡은 사람은 힘들다고 말하기가 어려워집니다. 톤이 안 맞으니까요. 챙기는 역을 맡은 사람은 챙김을 요청하기 어려워집니다. 그렇게 방 안에 있는데 내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.
반응이 지나가는 건 무시가 아닙니다
제일 아픈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. 큰맘 먹고 뭔가 올렸는데 짧은 반응 몇 개만 지나가고 곧 다음 주제로 넘어갈 때요.
그러면 확실해진 것 같습니다. 아무도 관심 없구나.
그런데 그건 대체로 단톡방의 속도 때문입니다.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는 구조에서는 어떤 화제도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. 진지한 얘기일수록 더 그렇습니다. 다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니까 조용해지고, 그 침묵이 어색해서 누가 다른 화제를 꺼냅니다.
무시당한 게 아니라 감당이 안 됐던 것에 가깝습니다. 그렇다고 안 아픈 건 아니지만, 해석은 달라집니다.
썼다 지운 말이 진짜 하고 싶은 말입니다
여기서 한 가지 권하고 싶은 게 있어요.
단톡방에 뭔가 쓰다가 지운 적 있으실 겁니다. 다 쓰고 나서 분위기랑 안 맞는 것 같아서, 너무 무거운 것 같아서 지우고 그냥 이모티콘 하나 남긴 적이요.
그 지운 문장이 그날 제일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. 나머지는 다 배역이 한 말이고요.
그러니까 지우기 전에, 그 문장을 다른 데 그대로 옮겨두세요. 메모장이든 어디든요.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. 사라지지만 않으면 됩니다.
한 달쯤 모이면 이상한 게 보입니다. 내가 하고 싶었지만 못 한 말들이 대부분 같은 얘기라는 것. 그게 지금 나한테 제일 중요한 얘기입니다.
옮겨갈 사람을 고르는 기준
그중 하나쯤은 사람에게 말하고 싶어지는 날이 옵니다. 그때 누구한테 할지는 이렇게 골라보세요.
그 방에서 내 이름을 불러본 적 있는 사람.
단톡방에서는 대부분 허공에 대고 말합니다. 수신자가 없어요. 그런데 가끔 "○○아, 너는 어때?" 하고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있습니다.
그 사람은 이미 나를 배역이 아니라 개인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를 한 번 남긴 겁니다. 친한 순서로 고르는 것보다 이 기준이 정확합니다.
정리하면
- 단톡방 대화는 대부분 정보 교환과 분위기 유지다. 나를 아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
- 여러 명이 있는 방에서는 배역이 생기고, 오래 하면 배역이 나를 대신 산다
- 반응이 빨리 지나가는 건 무시가 아니라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는 구조의 속도다
- 썼다 지운 문장이 그날 제일 하고 싶었던 말이다. 지우기 전에 다른 데 옮겨둔다
- 사람에게 말할 땐 내 이름을 불러본 적 있는 사람을 고른다
다만, 이걸로 안 되는 때도 있습니다
- 잠이 계속 안 오거나 반대로 계속 자게 되거나
- 먹는 게 어렵거나
- 씻고 청소하는 것 같은 기본적인 일이 안 되거나
- 나를 해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
이런 상태라면 기록으로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. 그때는 전문가를 만나는 게 맞습니다. 기록은 마음을 정리하는 도구지, 치료가 아닙니다.
저는 심리 전문가가 아닙니다. 그냥 말할 데가 없어본 적 있는 사람입니다.
🌲 저는 이름 없는 숲이라는 익명 기록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.
댓글도 평가도 없이, 그냥 적어두기만 하는 곳입니다.
분위기를 안 봐도 되는 곳입니다.
https://nameless-forest.com/ko?utm_source=naver&utm_campaign=lonely-in-group-chat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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