TV에서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보면 늘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.
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여는 사람. 별것 아닌 얘기 같은데 말하다가 울컥하고, 다 쏟아내고 나면 표정이 조금 풀립니다.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닌데요.
저는 그걸 볼 때마다 생각했습니다.
말하면 나아진다는 걸,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구나.
그런데 저는 왜 못 했을까요.
상담은 발걸음이 무겁고
상담을 받아볼까 생각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. 그때마다 걸린 건 비용도, 시간도 아니었습니다.
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습니다.
문을 열고 들어가서, 낯선 사람 앞에 앉아서, 처음 한 문장을 뭐라고 시작해야 하는지. 그게 막막해서 검색만 하다 창을 닫았습니다. 상담센터를 알아보는 것까지는 갔는데, 예약 버튼 앞에서 멈춘 적도 있습니다.
이건 게으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.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남 앞에서 처음부터 말로 만들어내는 일이 어려운 겁니다.
익명 커뮤니티는 상처받을까 두렵고
그래서 익명 커뮤니티를 떠올립니다. 어차피 아무도 나를 모르니까.
그런데 거기서 본 것들이 있습니다.
힘들다고 쓴 글 밑에 달린 "그래서 어쩌라고." 진지하게 털어놓은 글에 달린 비웃음. 조언인 척하는 훈수. 그러게 왜 그랬냐는 말.
한 번 그런 걸 보고 나면, 쓰려던 글을 지웁니다. 털어놓으려다 더 다치는 게 무서워서, 아무 말도 안 하게 됩니다.
그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
상담은 문턱이 높고, 익명 커뮤니티는 위험합니다.
그 사이에 그냥 말만 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는데, 제가 찾은 곳이 없었습니다.
그래서 만들었습니다. 이름 없는 숲입니다.
무엇을 만들었나
댓글이 없습니다
이게 가장 중요합니다.
댓글이 없으면 악플이 없습니다. 훈수가 없습니다. "그러게 왜 그랬냐"가 없습니다. 평가가 없습니다.
대신 이모티콘만 남길 수 있습니다. 같이 털어놓은 사람들이, 말 대신 마음만 얹고 갑니다. 문장으로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지만, 이모티콘 하나로는 그러기 어렵습니다.
이름도, 이메일도, 전화번호도 받지 않습니다
무엇을 썼는지가 나에게 되돌아올까 봐 두려운 마음. 그것 때문에 아무 데도 못 쓰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.
그래서 아무것도 수집하지 않습니다. 글에 남는 건 세대·성별·국가 정도뿐입니다. 나와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나기 위한 최소한입니다.
텍스트만 있습니다
사진도 영상도 없습니다. 꾸밀 것도, 비교할 것도 없습니다. 글자만 있습니다.
AI가 답장을 하지만, 원할 때만 합니다
원하면 세 종류의 목소리가 답장을 씁니다. 따뜻하게 들어주는 쪽, 현실적으로 짚어주는 쪽, 가볍게 웃겨주는 쪽.
다만 이건 선택입니다. 조용히 털어놓고 아무 답도 받고 싶지 않다면, 그냥 그렇게 두면 됩니다.
이 서비스의 중심은 AI가 아닙니다. 같이 털어놓은 사람들끼리의 익명 연대가 중심이고, AI는 옆에서 거들 뿐입니다.
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
이곳은 상담도, 치료도, 진단도 아닙니다.
저는 심리 전문가가 아닙니다. 비전공 독학 개발자이고, 그냥 말할 데가 없어본 적 있는 사람입니다.
그러니 이곳은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. 대신하려고 만든 것도 아닙니다.
다만 거기까지 가기 전에, 어디든 한 번 꺼내볼 곳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. 저처럼 예약 버튼 앞에서 멈춰본 사람이요.
혹시 지금 많이 힘든 상태라면, 이곳보다 먼저 전문기관을 찾으시길 권합니다. 그게 훨씬 낫습니다.
앞으로 이 블로그에 쓸 것
이 블로그에는 세 가지를 씁니다.
- 어디에도 꺼내지 못한 감정에 대해 — 왜 우리는 힘든 얘기를 못 하는지
- 적어두면 달라지는 것들에 대해 — 감정을 기록으로 옮기는 실제 방법
- 숲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— 혼자 서비스 만들며 겪는 것들
홍보 글을 쓰려는 게 아닙니다. 애초에 홍보로 사람을 데려올 수 있는 종류의 서비스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.
털어놓을 곳이 필요해서 만든 사람이, 털어놓는다는 것에 대해 계속 쓰는 것. 그게 이 블로그입니다.
🌲 이름 없는 숲 — 댓글도 평가도 없는 익명 기록 공간
https://nameless-forest.com/ko?utm_source=naver&utm_campaign=intro-post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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