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얘기가 하나쯤 있다
아무한테도 말 못 한 얘기가, 하나쯤 있지 않으세요.

친한 친구한테도, 가족한테도, 오래 만난 사람한테도 끝내 못 꺼낸 얘기. 큰일이라서가 아니라, 그냥 어디에도 놓을 자리가 없어서 마음 한구석에 계속 넣어둔 그런 얘기요.

저도 있습니다. 그리고 그게 저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, 이 공간을 만들면서 알게 됐어요.


말 못 하는 건, 얘기가 대단해서가 아닙니다

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얘기가 하나쯤 있다

말 못 한 얘기라고 하면 뭔가 엄청난 비밀 같지만,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.

남들이 들으면 "그게 뭐라고" 할 것 같은 얘기. 오래돼서 이제 와 꺼내기도 애매한 얘기. 말하는 순간 상대가 곤란해질까 봐, 혹은 나를 다르게 볼까 봐 삼킨 얘기. 대단해서 못 하는 게 아니라, 말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못 하는 겁니다.


왜 말할 자리가 없을까

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얘기가 하나쯤 있다

생각해보면 조건이 참 까다로워요.

들어줄 만한 사람이 있어야 하고, 그 사람이 지금 여유가 있어야 하고, 분위기도 맞아야 하고, 무엇보다 내가 그 순간 용기가 나야 합니다. 이 네 가지가 한 번에 맞아떨어지는 날은 생각보다 드물어요. 그래서 "다음에 기회 되면 말해야지" 하다가, 그 얘기는 그냥 안 한 얘기가 됩니다.

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얘기가 하나쯤 있다

그리고 하나 더. 말하는 순간 그게 진짜가 될까 봐 못 꺼내는 마음도 있어요.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면 아직 없던 일 같은데, 소리 내어 말하면 그게 정말 있었던 일이 되어버리니까요. 그래서 가장 무거운 얘기일수록, 가장 안쪽에 넣어둡니다.


안 한 말은 사라지지 않습니다

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얘기가 하나쯤 있다

문제는, 말하지 않은 얘기가 저절로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거예요.

넣어둔 채로 시간이 지나면 옅어질 것 같지만, 안 꺼낸 얘기는 오히려 마음 안에서 조금씩 무거워집니다. 자려고 누우면 불쑥 올라오고, 아무 상관 없는 순간에 갑자기 명치를 누르고요. 꺼내지 않은 건 정리되지 않은 채로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든요.

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얘기가 하나쯤 있다

그렇다고 억지로 누군가에게 말하라는 얘기는 아니에요. 아직 말할 준비가 안 된 얘기를 급하게 꺼내는 건, 오히려 더 아플 수 있으니까요.


꼭 누군가에게 말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

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얘기가 하나쯤 있다

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예요. 그 얘기, 꼭 누군가에게 말해야만 정리되는 건 아닙니다.

들어줄 사람을 찾는 게 어렵다면, 우선 나에게만 한번 꺼내보는 것도 방법이에요. 종이든 메모장이든, 아무도 안 보는 곳에 그냥 적어보는 거죠. 누구한테 들려주려는 게 아니라, 그 얘기를 내 눈으로 한 번 보려고요.

신기하게도, 마음속에서만 맴돌던 얘기를 밖으로 한 줄 적어놓으면, 그게 나와 조금 분리됩니다. 여전히 무겁긴 해도, 적어도 나를 짓누르던 자리에서 종이 위로 옮겨는 가거든요. 말할 데가 없다는 건, 정리할 방법이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.


정리하면

  • 말 못 하는 건 얘기가 대단해서가 아니라, 말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입니다
  • 안 꺼낸 얘기는 사라지지 않고, 마음 안에서 오히려 무거워집니다
  • 그렇다고 억지로 누군가에게 말할 필요는 없어요
  • 나에게만 꺼내 한 줄 적는 것만으로도, 그 얘기는 나와 조금 분리됩니다

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얘기가 있다는 건, 이상한 게 아니에요. 그냥 아직 안전한 자리를 못 만난 것뿐입니다.


다만, 이걸로 안 되는 때도 있습니다

  • 잠이 계속 안 오거나 반대로 계속 자게 되거나
  • 먹는 게 어렵거나
  • 씻고 청소하는 것 같은 기본적인 일이 안 되거나
  • 나를 해치고 싶은 마음이 들거나

이런 상태라면 기록으로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. 그때는 전문가를 만나는 게 맞습니다. 기록은 마음을 정리하는 도구지, 치료가 아닙니다.

저는 심리 전문가가 아닙니다. 그냥 말할 데가 없어본 적 있는 사람입니다.


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얘기가 하나쯤 있다

🌲 저는 이름 없는 숲이라는 익명 기록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.
댓글도 평가도 없이, 그냥 적어두기만 하는 곳입니다.
아무한테도 못 한 얘기를, 나에게만 꺼내볼 수 있는 곳입니다.
https://nameless-forest.com/ko?utm_source=naver&utm_campaign=something-you-cant-tell